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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는 있는데 현금은 없을 때

70대 농부가 앉아 있습니다. 평생 일군 논이 2만 평입니다. 공시지가로 3억 원입니다. 하지만 통장 잔고는 100만 원입니다.

땅은 재산이지만 돈이 아닙니다. 밥 먹고 약 사려면 현금이 필요합니다. 땅을 팔자니 평생 일군 게 아깝습니다.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당장 생활비가 막막합니다.

농지연금은 이런 사람을 위해 존재합니다. 땅을 팔지 않고도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받습니다. 땅은 여전히 본인 소유입니다.

 

연금의 작동 방식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합니다. 2011년부터 시작했습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농지를 담보로 제공합니다. 공사가 매달 연금을 줍니다. 본인이 사망하면 땅으로 정산합니다.

받은 연금 총액이 농지 가치보다 적으면, 차액을 상속인에게 돌려줍니다. 받은 연금이 더 많으면, 상속인은 차액을 물지 않습니다. 손해는 공사가 떠안습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오래 살아서 땅값보다 많이 받아도 괜찮습니다. 장수 리스크가 없습니다.

누가 받을 수 있나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만 65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부부 중 한 명만 65세면 됩니다.

둘째, 5년 이상 영농 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농사를 지은 기간입니다. 증빙은 농지원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이력, 농협 출하 기록 등으로 합니다.

셋째, 농지를 소유해야 합니다. 논·밭·과수원 같은 농지만 해당됩니다. 임야는 안 됩니다. 최소 면적 제한은 없습니다. 몇백 평짜리 밭도 가능합니다.

농지 가액은 6억 원 이하여야 합니다. 감정평가로 정합니다. 공시지가가 아닙니다. 실제 시세에 가깝게 평가합니다.

저당권이나 가압류 같은 권리 제한이 없어야 합니다. 깨끗한 땅이어야 합니다.

얼마를 받는가

농지 가치와 나이로 정해집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땅값이 높을수록 많이 받습니다.

예시를 봅시다.

나이농지 가액월 수령액(종신형)

65세 2억 원 약 57만 원
70세 2억 원 약 67만 원
75세 2억 원 약 82만 원
65세 3억 원 약 85만 원
70세 3억 원 약 100만 원

2024년 기준 참고 수치, 실제는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변동

75세에 3억 원짜리 땅으로 가입하면 월 120만 원 정도 받습니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금액이 조금 줄어듭니다. 두 명 중 한 명이 살아 있는 한 계속 나오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금액은 농지연금 계산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누리집(www.fbo.or.kr)에서 제공합니다.

지급 방식은 세 가지

종신형이 기본입니다. 죽을 때까지 매달 같은 금액을 받습니다. 몇 살까지 살든 상관없습니다. 100세까지 살아도 나옵니다.

경영이양형은 농사를 그만두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종신형보다 월 수령액이 약 20% 많습니다. 대신 가입 후 영농을 못합니다. 농지를 임대하거나 타인에게 위탁경영 맡겨야 합니다.

기간형은 정해진 기간만 받습니다. 10년, 15년처럼 기간을 선택하면 그 기간 동안만 나옵니다. 월 수령액은 종신형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기간이 끝나면 끝입니다.

대부분 종신형을 선택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좋은 점

첫째, 땅은 여전히 내 것입니다.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등기부에 근저당만 설정됩니다. 팔지 않고도 돈을 받는 구조입니다.

둘째, 죽을 때까지 나옵니다. 몇 살까지 살든 끊기지 않습니다. 장수 리스크를 나라가 떠안습니다.

셋째, 배우자가 승계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사망해도 배우자는 계속 받습니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살아 있으면 연금이 나옵니다.

넷째,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습니다(종신형 기준). 땅을 담보로 잡히지만, 그 땅에서 여전히 농사를 짓고 소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세금이 없습니다. 연금 소득은 비과세입니다. 건강보험료도 오르지 않습니다.

불편한 점

첫째, 중도 해지가 어렵습니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서 해지하면, 받았던 연금에 이자를 붙여 토해내야 합니다. 땅을 팔아서 갚아야 합니다.

둘째, 상속이 복잡해집니다. 땅에 근저당이 잡혀 있습니다. 자식이 땅을 물려받으려면, 받았던 연금 총액을 갚아야 합니다. 못 갚으면 땅이 공사로 넘어갑니다.

셋째, 땅값이 오르면 아깝습니다. 연금을 받는 동안 땅값이 두 배로 뛰어도 받는 금액은 그대로입니다. 팔았으면 차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칩니다.

넷째, 담보 농지를 못 팝니다. 연금을 받는 동안은 담보로 제공한 땅을 팔 수 없습니다. 팔려면 연금을 먼저 갚아야 합니다.

다섯째, 농지 가액 6억 원 제한이 있습니다. 땅값이 비싼 지역은 불리합니다. 수도권 근교 농지는 이미 6억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청은 이렇게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 신청합니다. 가까운 지사를 찾아가면 됩니다. 전화 상담은 1577-7770입니다.

준비 서류는 이렇습니다.

  • 신분증 (본인·배우자)
  • 농지 등기부등본
  • 토지대장
  • 영농 경력 증빙 (농지원부, 건보 이력 등)
  • 인감증명서

신청 후 절차는 이렇게 흐릅니다.

  1. 상담 및 신청 (농지은행 방문)
  2. 감정평가 (공사가 의뢰, 비용은 공사 부담)
  3. 심사 및 승인 (2~3주 소요)
  4. 근저당 설정 (등기 진행)
  5. 연금 지급 개시 (매월 25일, 계좌 입금)

처음 신청부터 첫 연금 수령까지 보통 1~2개월 걸립니다.

놓치면 안 되는 것

감정평가가 중요합니다.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은 다릅니다. 보통 감정평가가 공시지가보다 높습니다. 공시지가 2억이어도 감정평가에서 2억 5천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받는 금액이 늘어납니다.

배우자 승계 조건을 확인하십시오. 배우자가 연금을 이어받으려면, 가입 당시 배우자로 등재돼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재혼한 배우자는 승계 못 합니다.

자식과 미리 이야기하십시오. 땅을 물려받을 자식이 있다면, 농지연금 가입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나중에 상속 과정에서 분쟁이 생깁니다. 자식이 땅을 원하지 않고 본인 노후가 급하다면 농지연금이 맞습니다. 자식이 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면 신중해야 합니다.

영농 계속 여부를 선택하십시오. 농사를 계속 지을 거라면 종신형, 은퇴할 거라면 경영이양형을 고르면 됩니다. 경영이양형이 돈은 더 주지만, 농사를 못 짓습니다.

 

다른 선택과 비교

주택연금과 비슷합니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받고, 농지연금은 농지를 담보로 받습니다. 둘 다 가입할 수 있습니다. 집도 있고 농지도 있다면 두 개 동시에 받으면 됩니다.

농지 매각과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3억 원짜리 땅을 70세에 팔면 3억이 손에 들어옵니다. 은행 정기예금(연 3%)에 넣으면 월 75만 원 정도 이자가 나옵니다. 농지연금(월 100만 원)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원금 3억은 그대로 남습니다.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농지연금은 오래 살수록 유리합니다. 90세까지 산다면 받은 총액이 3억을 훌쩍 넘어섭니다. 땅값보다 많이 받아도 돌려줄 필요 없습니다.

농지 임대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3억 원짜리 논을 임대하면 연간 300600만 원 정도 받습니다. 월 2550만 원입니다. 농지연금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땅은 여전히 내 것이고, 언제든 팔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농지연금은 땅은 있는데 현금이 없는 고령 농부를 위한 제도입니다.

자식에게 땅을 물려주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본인 노후가 우선이라면 이 연금이 답입니다. 죽을 때까지 나오고, 오래 살아도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반대로 땅을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다면 신중해야 합니다. 연금을 받으면 상속이 복잡해집니다. 자식이 땅을 이어받으려면 돈을 갚아야 합니다.

선택은 본인이 합니다. 다만, 선택하기 전에 자식과 대화하십시오. 그리고 한국농어촌공사에 상담 전화를 거십시오. 내 땅, 내 나이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십시오.

땅은 팔지 않아도 현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상담하지 않으면, 매달 받을 수 있는 100만 원을 1년 뒤에야 받기 시작합니다. 65세가 넘었다면 계산기부터 돌려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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