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가 처음 로마에 왔을 때 극적 장면을 요구하는 주문이 없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는 이상화된 인물들을 모은 그림들을 주문받았다. 사람들이 조용한 자세로 함께 모여 있는 그림들, 따라서 단순한 동작에도 예술적 창안이 드러나야 하고 배치에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는 작업들이었다. 라파엘로는 성모상을 그리면서 훈련한 조화로운 선들의 흐름과 집단의 균형에 대한 감각을 이제 더 큰 규모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과 에서 공간을 채우고 그룹을 결합시키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것은 뒷날의 극적인 그림들의 토대를 이루게 된다. 오늘날 관객은 이 그림들의 예술적인 내용을 공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의 관객은 미술의 가치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등장인물들의 생김새와 개별 인물들 간의 사상적인 관계 같은 것에서..
같은 주제를 가진 그림들을 발전 순서대로 모아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성모가 책을 들고 있는가, 아니면 사과를 들고 있는가, 혹은 노천에 앉아 있는가 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다. 소재의 특성이 아니라 형식의 특성을 이 그림들을 분류하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 그러니까 성모가 절반의 모습을 드러내는가, 아니면 전체 모습을 드러내는가, 한 아이와 그룹을 이루는가, 아니면 두 아이와 그룹을 이루는가, 다른 성인도 등장하는가 하는 것들은 예술적으로 중요한 질문들이다. 우선 가장 단순한 경우, 곧 절반의 모습만 그려진 성모상부터 시작해보자. 를 맨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서 있는 인물의 수직선과 약간 두려운 듯 앉아 있는 아기의 모습에서 아주 소박한 형태로, 본질적으로 성모의 머리가 약간 옆으로 기운 데서 생겨난..
라파엘로는 움브리아 지방에서 성장하였다. 페루 지니 유파 가운데 그는 다른 누구보다 뛰어났으며, 감정이 풍부한 스승의 방식을 완전히 습득해서 바사리의 판단에 따르면 스승과 제자의 그림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마도 라파엘로처럼 천재적인 제자가 스승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 경우는 두 번 다시없을 것이다. 베로키오의 에서 레오나르도가 그린 천사가 독창적인 특성으로 인해 즉석에서 눈에 띄고, 미켈란젤로의 소년 시절 작업은 다른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인 데 반해, 처음 시작할 무렵의 라파엘로는 페루 지니와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는 피렌체로 온다. 미켈란젤로가 젊은 시절의 위대한 업적을 모두 이룬 순간이었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