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르네상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사전적 의미로는 ‘문예 부흥’이라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문화예술계에서의 전성기를 뜻하는 용어로 통용된다. 현대미술에서는 20세기 초중반까지의 미술사조를 통칭하여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문예 부흥일까? 14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인문주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인본주의 사상으로부터 출발한 인간 중심의 학문 연구였던 만큼 당대 유럽인들에게는 매우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그리스 로마 신화나 고대 역사서들은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중세 시대 가톨릭 교회의 금서로 지정되어 쉽게 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13세기 이후 점차 교회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이때 탄생한 것이 바로 플라톤 아카데미였다. 즉, 서양문..
구약성서 하권에 시리아의 장수 헬리오도로스 자기 나라 왕의 명령에 따라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과부와 고아들의 돈을 약탈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간 이야기가 나온다. 돈을 빼앗기게 된 여자들과 아이들이 울부짖으며 거리를 돌아다닌다. 제단에서 사제는 놀라움에 창백해진 모습으로 기도를 드린다. 아무리 이야기하고 간청해도 헬리오도로스는 자신의 의도를 거두지 않고 보물실을 열고 금고를 약탈한다. 그때 갑자기 황금 갑옷을 입은 하늘의 기사가 나타나 도둑을 쓰러뜨리고 말발굽으로 짓밟는다. 그동안 하늘의 기사를 수행한 두 젊은이가 그를 채찍으로 때린다. 이것이 성서의 내용이다. 라파엘로는 연속적인 순간들을 포함하는 내용을 하나의 그림 안에 모았다. 옛날 화가들처럼 여러 장면들을 옆으로 혹은 위아래로 나란히 늘어놓는 방식이 ..
교황청의 대법원실에 있는 과시용 그림들을 본 다음, 두 번째 방인 역사 홀로 들어선다. 여기에는 또 다른 것이 있다. 새롭고 거대하며 회화적인 양식의 방이다. 인물 크기가 커지고 조형적인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무거워졌다. 마치 벽 속으로 구멍이라도 뚫린 듯하다. 깊고 어두운 구멍에서부터 인물들이 솟아 나온다. 그림을 둘러싼 아치의 안쪽은 조형적인 명암을 갖도록 작업되었다. 이곳에 있는 그림들과 을 비교해 보면 그것은 거의 벽걸이 양탄자처럼 평면적이고 밋밋하다. 이곳에서는 인물의 수가 적어지지만 이 적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더욱 강력하다. 인공적으로 섬세하게 짜 맞춘 인물상들이 아니라 강렬한 대립 속에서 상호 작용을 하는 막강한 덩어리들이다. 절반만 진실인 장식성은 전혀 없고, 포즈를 취한 철학..
라파엘로는 법학자들의 모임을 그리는 것을 피했다. 네 번째 벽에는 창문 양쪽으로 법학사(法學史)에서 따온 작은 의식(儀式)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에 있는 아치에는 법을 다룰 경우 필요한 강인함, 조심성, 절도를 나타내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이들 미덕의 인물들은 자기들이 상징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어서 어느 누구도 기쁘게 만들지는 않는다. 무심한 여인들 가운데 바깥쪽에 있는 둘은 강하게 움직이고 가운데 있는 여자는 조용하다. 좀 더 풍부한 동작 모티프를 위해 모두 깊숙이 앉아 있다. '절도'가 이해할 수 없도록 조심스러운 태도로 재갈을 높이 쳐든 것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전체의 움직임으로 보아 에서 사포의 동작과 연관되어 있다. 살짝 뒤튼 상체와 몸을 가로지른 팔, 발의 위치 등이 비슷하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