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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는 법학자들의 모임을 그리는 것을 피했다. 네 번째 벽에는 창문 양쪽으로 법학사(法學史)에서 따온 작은 의식(儀式)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에 있는 아치에는 법을 다룰 경우 필요한 강인함, 조심성, 절도를 나타내는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이들 미덕의 인물들은 자기들이 상징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어서 어느 누구도 기쁘게 만들지는 않는다. 무심한 여인들 가운데 바깥쪽에 있는 둘은 강하게 움직이고 가운데 있는 여자는 조용하다. 좀 더 풍부한 동작 모티프를 위해 모두 깊숙이 앉아 있다.
'절도'가 이해할 수 없도록 조심스러운 태도로 재갈을 높이 쳐든 것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전체의 움직임으로 보아 <파르나소스>에서 사포의 동작과 연관되어 있다.

살짝 뒤튼 상체와 몸을 가로지른 팔, 발의 위치 등이 비슷하다. 다만 그녀는 더 낫게 더욱 크게 구성되어 있고, 사포처럼 산만하지 않다. 양식상의 성장은 여기서도 잘 관찰된다. 특별한 조용함으로 호감을 주는 '조심성'은 아주 아름다운 선을 가지고 있으며 스케치 면에서도 <파르나소스>에 비해 한결 고귀한 명료함을 보인다. 쳐든 팔을 아폴론 왼편의 뮤즈에게 나타난 같은 모티프와 비교해보기만 해도 벌써 알 수 있다. <파르나소스>에서는 동작의 본질적 요소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시작된 발전은 산타마리아 델라 파체에 있는 시빌라들에게서 계속된다. 동작의 풍부함이 엄청나게 커지고 모티프를 명료하게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세 번째 시빌라는 여기서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머리와 목과 팔꿈치의 구성은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표현되어 있는가! 시빌라들은 어두운 벽걸이를 배경으로 앉아 있다. 그에 반해 <법학>에서 미덕들은 밝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그 또한 뚜렷한 양식 차이의 표지가 된다.
법학사에서 나온 두 개의 장면들, 곧 세속 법전과 종교 법전을 넘겨주는 장면은 의례적인 절차를 16세기 초의 정신이라는 맥락에서 우선 관심을 끈다. 그러나 <성체 논쟁>과 만나는 부분에서 깜짝 놀랄 만한 방식으로 라파엘로가 대법원실의 마지막 작업에서 얼마나 넓고 평온해지기 시작했는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인물의 크기라는 점에서도 그는 처음의 기준을 훨씬 넘어 성장해 있다.


다만 이 방이 옛날처럼 목재로 된 가장자리 마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그렇다면 하얀 입상들이 그림의 흉벽 앞에 서 있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요한 효과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인물 아래 인물을 둔다.
는 것 자체가 언제나 주저할 만한 요소를 지닌다. 이 모티프는 다음 방들에서도 되풀이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동시적인 배치 덕분에) 그나마 한결 낫다. 이 여인상 기둥들은 조각의 효과를 내도록 만들어져서 완전히 회화적으로 만들어진 그림들과 적절한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기둥들은 그림을 평면으로 도로 밀어보내서 그림을 그림으로 만든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 회화적인 양식이 무르익지 않은 첫 번째 방에서는 이런 상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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