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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의 대법원실에 있는 과시용 그림들을 본 다음, 두 번째 방인 역사 홀로 들어선다. 여기에는 또 다른 것이 있다. 새롭고 거대하며 회화적인 양식의 방이다. 인물 크기가 커지고 조형적인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무거워졌다. 마치 벽 속으로 구멍이라도 뚫린 듯하다. 깊고 어두운 구멍에서부터 인물들이 솟아 나온다. 그림을 둘러싼 아치의 안쪽은 조형적인 명암을 갖도록 작업되었다. 이곳에 있는 그림들과 <성체 논쟁>을 비교해 보면 그것은 거의 벽걸이 양탄자처럼 평면적이고 밋밋하다. 이곳에서는 인물의 수가 적어지지만 이 적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더욱 강력하다. 인공적으로 섬세하게 짜 맞춘 인물상들이 아니라 강렬한 대립 속에서 상호 작용을 하는 막강한 덩어리들이다. 절반만 진실인 장식성은 전혀 없고, 포즈를 취한 철학자와 시인들을 진열한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정열적이고 표현이 풍부한 동작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방이 공간장식으로서 더 높이 서 있다면 헬리오도로스 방에서 라파엘로는 모든 시대를 위해 기념비적인 이야기의 전형을 전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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