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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연도에 관한 추측이 많았던 이 작품은 결국 그 원숙(圓熟)한 솜씨로 보아 1595년 당시 이탈리아는 매너리즘으로 지배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연주의적인 사실성에 충만된 이 그림은 이색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견 풍속화도 아니고, 초상화도 아닌 이 그림은 주제가 뜻하듯이 그리스 신화의 소재를 세속화한 것이다.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그림의 주인공 박카스는 카라밧지오 자신을 거울에 반영시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박카스는 애면 모습의 젊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혈기에 차있는 이탈리아의 젊은이를 보여 주고 있다. 건장한 신체와 낙천적인 표정의 박카스는 술잔을 들고 탁자 앞에서 과실과 술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작품은 정확한 묘사에 의하여 조소적인 표출이 되어 있고, 탁상의 과실 또한 그 사실적 성격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예부터 박카스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있으나, 이 그림처럼 세속화하고 젊음의 혈기를 나타낸 것은 매우 드물다.
이 작품은 제작 연도가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물화로서 이탈리아에서는 사상 처음 보인 것이라 하여, 어느 대작의 부분이라는 설도 있지만 1607 년에 이 작품이 현상태(現狀態)로 확인된 바 처음부터 틀림없는 독립된 작품이라 믿어진다. 특히 화면 전체 구도에 따라 본다 하여도 대작의 부분이라고 믿기 어렵다. 그것은 그림의 대각선과 좌우 대칭의 구도에서 완전히 독립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카라밧지오는 일찌기 정물화를 많이 그렸고, 또 이 면에서 그가 화가의 길을 개척하였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초기에 습득한 회화 미술은 정물 묘사였다. 따라서 이 그림은 그의 성숙기에 속하는 것이라 볼 때 독특한 그의 자연주의적인 사실성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항상 보여 주듯이 대상의 특성, 또는 분위기와 생기 있는 빛과 채색의 관계에서 표출(表出)되고 있다.
또한 이 점이 이 정물화의 특색으로도 나타나 있다. 나뭇잎이 여러 과실에 달려 있는 상태에서 어떤 종류의 과실인지 확실하게 파악될 수 있으며, 자연 생태의 현상까지도 여기에 묘사되고 있다. 벌레 먹은 자국이 있는 사과와 잎사귀, 물방울이 아롱거리는 잎, 질감 나는 과실, 시든 가지와 잎, 이 모든 점은 정확하고 면밀한 관찰에 의하여 이루어진 묘사이다. 이 작품에서는 빛의 작용이 과실을 광택 있게 하고 실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대상을 보는 사람에게 다가서게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단조로운 배경의 밝은 색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그림을 카라밧지오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로마시의 새로운 성당 건립은 17세기 초 즉, 작가가 생존하고 있을 때 이루어졌는데, 이 작품은 이 성당을 위하여 제작된 것이다. 카라밧지오는 그 당시의 종교화가 관념적으로 흐르고 있고, 종교적인 감동이 공허하게 되고 있는 것에 반대하여, 현실적인 묘사에서 극적인 표현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따라서 종교적인 격정을 고양(高揚)시키기 위하여, 인물의 극적 표현에 노력을 집중하고 그 시대적 인물상을 사실적으로 다루었으며, 빛과 어둠의 대조로 장면을 실감 있게 나타내었다.
장면은 크리스트의 유해를 매장하기 직전의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 요한은 각기 비통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심야의 매장이 몇 사람의 참여로 더욱 극적인 양상으로 강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의식적인 면이나 종교적인 신비성이 전혀 없고, 검소한 일반 서민의 죽음과 그 매장 광경만이 보이고 있다.
이상적인 유형의 종교화보다도 현실적인 사실처럼 크리스트의 매장을 작가가 구상하였다는 데에 작품의 특색이 있다. 이 그림의 특색은 작가가 이 작품의 구상을 서민화(庶民化)하였다는 점에도 있겠지만, 죽음에 대한 상징성이 사자(死) 및 그 주변의 사람들의 애통(哀痛)보다도 화면에 크게 강조된 석판에 나타나 있게 하였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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