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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부인상은 여러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엘 그레코 와의 사이에 아들 엠마누엘(Emmanuel)을 두고 있는 부인 헤로니마 데 라스 구에바스(Heronima de Las Cuevas)라고 보는 견해도 있고, 또는 스페인의 왕 펠리페 2세(Pelipe; 1527~98년)의 왕녀 카탈리나 미카엘라(Catalina Micaella)라는 주장도 있으나, 모든 사정으로 보아 귀부인의 초상은 아니라는 설이다. 그러나, 신비스러운 매력을 보이는 이 젊은 여성의 초상은 조심스럽게 그려진 면에서나, 또는 그 차림새로 보아 평범한 여인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여하튼 그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여인상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엘 그레코가 스페인에 와서 톨레도에 정착하고 나서, 그의 작품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교회와 궁중에 관련을 갖게 되었고, 고급 사회와의 사교가 많았으며 귀족의 초상화를 제작한 바, 그중의 어느 여인의 초상일 수도 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엘 그레코의 초상화를 통한 인물 묘사 화법이다.
그의 초상술은 대상 인물의 신분이나 지위를 알려 주는 의상의 특성을 중요시하고, 거기에 따라 세부적인 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여인의 장신구인 반지가 노출되고 있으며, 또한 값진 모피가 여인을 감싸고 있는 점으로 보아 평민으로 보기는 어려운 여인상이다. 성격을 반영하는 예민한 여인의 눈매, 그리고 코와 입의 뚜렷한 선이 그 개성을 나타내 주고 있다.

이 그림은 엘 그레코가 미술가로서 생애 처음으로 제작한 본격적인 작품이라 한다. 그가 스페인에 와서 제작한 최초의 작품이었고, 1579년 톨레도 대성당 건립과 때를 맞추어 제작하게 된 성당 대제단을 위한 제단화의 하나였다. 이 그림은 16세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화가, 티지아노(Tiziano)의 작품 성모승천을 본뜬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두 작품을 비교해 볼 때 엘 그레코의 개성적인 표현이 더 뚜렷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상하로 군상을 배치한 점은 같으나 티지아노는 상하 군상이 일련의 시각선(視覺線)으로 연결되어 최상부의 신으로 향하게 하였고, 엘 그레코는 이 두 군상을 서로 결합하게 하는, 주고받는 시선(視線)으로 연결시키며, 또 동시에 천상과 지상의 독립적인 상태를 형성시켜 그 차원을 구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지상의 사도들은 빈 석관을 둘러싸고 서로가 논의와 경탄에 빠져 있고, 한편 상부층의 승천의 성모는 천사로 둘러싸여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여기서 지상과 천상의 두 세계가 구별된 거리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림의 배경은 천둥 번개가 치는 하늘이고 십자가상의 크리스트가 화면에 앞당겨져 가득 채워지고 있다. 엘 그레코의 다른 작품, 「성세바스티아누스의 순교」라는 그림에서도 순교자가 화면을 채울 정도로 근접 묘사되고 있다.
이 그림의 제작 연도에 관한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작가의 화면 구성과 그 수법에 따라 본다면 작가가 스페인에 정착한 후의 초기에 해당되는 작품이라 믿어지며, 「성세 바스티 아누스의 순교」의 제작 연도와 비슷한 때라 보고 있다.
이 그림의 기증자가 크리스트의 발밑 좌우에서 경건한 자세로 고난(苦難像)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신분은 여러 추측이 많으나 톨레도시의 명사이며, 엘 그레코를 후원하고 아끼던 코바루비아스(Covarrubias) 형제라고 믿어지고 있다. 보통 십자가 수난상에 동반되는 인물은 성모 마리아와 성요한으로 이것이 전통적인 도상이다.
크리스트는 미묘한 곡선으로 형상이 이루어져 있고, 빛과 음영의 대조에서 그 형태 가극적인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엘 그레코의 작품에서 공통된 특성이 되고 있는 상황의 묘사가 항상 그의 그림에서 전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듯이 여기서도 같은 상태의 표출을 보게 된다.
하늘의 험악한 분위기가 크리스트의 전신을 부상시키고 명암의 대조가 극적인 상황을 하고 있다.

크리스트의 수난을 지켜보고 있는 두 인물의 차림새 또한 개성적이고, 그 품위(品位)를 나타내 주며 장면을 성격(性格)지워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엘 그레코의 최대의 걸작일 뿐만 아니라, 서양 유채화 사상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명작이다.
그림의 구도는 지상에서의 올가스 백작의 유해 매장의 장면과 천상에서 그의 영혼이 천사, 성인, 사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 앞에 이르고 있는 모습, 즉 천상과 지상, 영혼과 육체와의 상대(相對)에서 결합되는 대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 그림의 내용은 산토 토메 교회당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한 올가스 백작이 사망하여, 매장식을 할 때에 성아우구스티누스와 성스테파노가 출현하여, 그의 생전의 선행에 보답하는 것으로 유해의 매장을 도왔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이다.
45 세 때의 작품인 이 그림은 차가운 색채와 따뜻한 색채와의 대비로 극적인 긴장감을 감돌게 하고 있으며, 화면을 의상의 특징으로 가득 채우고 각 인물을 부상시키고 있다.
특히 개성적인 인물의 특성은 개개의 초상화처럼 취급되어 있다.
이 점은 베네치아에 거주하고 있는 동안 틴토렛토에게서 배운 것이며, 채색의 대조적인 변화 또한 이에 연유된 것이다. 지상의 정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에 비하여 천상은 경쾌하고 동적이며 밝은 빛이 충만하여, 별도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티지아노에게 서 배운 베네치아 화풍의 하나이다. 엘 그레코가 매너리즘을 나타내는 작가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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