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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초기 그림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많았던 것은 <동방박사의 경배>(우피치 미술관)를 위한 밑그림이. 이 작품은 1480년경 제작되었고, 다양한 대상들을 통해서 옛날 식으로 마음을 감동시킨다. 아직 여러 가지 것에 마음이 끌리 15세기의 특성을 볼 수 있지만, 그러나 주요 대상을 부각하는 방법에서 새로운 감각이 드러난다.
보티첼리와 기를란다요도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사람들이 뺑 둘러싼 한가운데 성모가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 보통 그럴 경우 성모는 중요하지 않게 보인다. 레오나르도가 처음으로 주요 주제를 두드러지게 만들 수 있었다. 강력하고 닫힌 무대 구실을 하는 외부 인물들이 가장자리로 밀려난 뒷날에도 중요한 모티프이다. 아주 독립적이고 가벼운 모습으로 앉아 있는 성모와 그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 사이의 대조는 오직 레오나르도만이 가능한 극히 효과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성모 마리아의 선들만 놓고 보아도 레오나르도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앉은 모습과 아이와의 조화가 그토록 비할 수 없이 섬세한 것이다. 다른 화가들은 마리아를 다리를 넓게 벌린 자세로 옥좌에 앉아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두 무릎을 모은, 섬세하고도 여성적인 앉은 자세를 만들었다. 뒷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본받아 이런 자세를 만들었다. 아이를 옆으로 안고 있어서 극히 매력적으로 몸을 뒤튼 모티프는 라파엘로가 <폴리뇨의 성모>에서 아주 고스란히 모방하고 있다. 르네상스의 예술가들 가운데 레오나르도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기쁨을 느꼈던 사람이다. 모든 현상이 그를 사로잡았다. 육체적인 삶과 인간의 감정들. 식물과 동물의 형태와 수정처럼 맑은 시냇물과 그 바닥에 깔린 자갈의 모습. 그는 오직 인물만 그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나 다양한 짐승들과 나무, 꽃, 약초들이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산악지대며 평지, 샘, 강, 도시들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의상이며 보석, 예술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가?"
그는 타고난 화가 귀족이며, 섬세함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다. 아름다운 손, 투명한 천의 매력, 사랑스러운 피부에 대한 감각을 지녔다. 아름답고 부드럽게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특별히 사랑하였다. 베로키오의 <그리스도의 세례>에서 그는 몇 개의 풀줄기를 그렸는데, 그가 그렸다는 것을 즉시 알아볼 수 있다. 식물줄기의 자연적인 섬세함에 대해 그와 같은 감정을 지닌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강함과 부드러움에 똑같이 능하였다. 전투 장면을 그릴 때면 터져 나오는 열정과 엄청난 동작의 표현에서 다른 사람을 능가하였으며, 극히 섬세한 감각도 슬그머니 끼워넣고, 떠오르는 듯한 느낌도 표현하였다.
개성 있는 얼굴들을 그릴 때면 이를 악물고 한사코 현실에 충실한 화가의 맹렬함으로 작업한 듯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것을 아주 멀리 던져버리고 거의 초지상적인 아름다움의 이상적인 모습에 자신을 맡겼다. 그러고는 내면의 광채를 반영하는 듯이 보이는 저 사랑스럽고 가벼운 미소를 꿈꿨다.
그는 사물의 표면에서 회화의 매력을 느꼈고, 그러면서 물리학자 · 해부학자로서 생각하였다. 서로 배제하는 듯한 특성들이 그의 작품에서는 하나로 합쳐져 있다. 과학적 탐구자 특유의 지치지 않는 관찰과 수집, 그리고 극히 예민한 예술가의 감수성이 합쳐진 것이다. 그는 보통 화가들처럼 사물의 외적인 현상만으로 만족한 적이 없었다. 똑같이 정열적인 관심을 가지고 모든 사물의 내적 구조와 삶의 조건들을 탐색하였다. 인간과 동물 신체의 비례 관계를 체계적으로 탐구하고 걷기, 들어 올리기, 올라가기, 나르기 등에서 역학적 상태를 조사한 최초의 예술가였다. 그리고 가장 광범위한 인상학적 관찰을 하고 감정 움직임의 표현에 대해서도 폭넓게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화가란 세계를 조사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명료한 눈길이었다. 세계는 갑자기 완전하고 지치지 않는 형태를 열어 보인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이 살아 있는 모든 것과 위대한 사랑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느낀 듯하다. 바사리는 그가 시장에서 새를 산 뒤 도로 풀어주는 것을 사람들이 목격하곤 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사실이 피렌체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토록 보편적인 예술에는 상위의 문제와 하위의 문제가 따로 없다.
빛의 최종적인 섬세함이, 평면 위에 3차원을 입체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과제보다 덜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영혼의 거울로 만드는 화가는 다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둥근 곡선이 가장 중요하며 바로 회화의 영혼이다." 레오나르도는 사물들에 대한 새로운 감동을 하도 많이 느꼈기에 새로운 표현 기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실험가였다.
그가 <모나리자>를 미완성인 채로 손에서 내놓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단순한 은필(筆) 스케치처럼 상당히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에서도 그는 똑같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그는 선을 이용해서 넉넉한 감정을 표현한 최초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선을 볼록하게 또는 오목하게 해서 윤곽을 만든 그의 방식은 다른 어떤 화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단순하고 반듯하게 그린 선만으로도 입체감을 만들어냈다. 그가 표면을 쓱쓱 스치기만 해도 형태의 곡선이 나오는 듯했다. 단순한 수단으로 이보다 더 큰 효과를 만든 적은 역사상 없다. 그보다 이전의 이탈리아 동판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선들을 나란히 그은 것만으로도 종이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완결된 효과를 만들어낸다.
레오나르도가 완성한 작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는 지치지 않고 관찰하고, 배움에 끝이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언제나 새로운 과제를 부여했는데, 오로지 자기만이 풀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작품을 완전히 끝내는 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그 엄청난 요구들을 보면 끝낸다는 것은 오로지 임시로만 끝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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