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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모나리자

love으뜸 2022. 6. 1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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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사람들은 이따금 초상화에서 단순히 모델을 묘사하는 것 이상을 시도했다. 모델과의 유사성을 만드는 개별적 선들의 총합 이상을 표현하려고 하였으며, 성격이 드러나는 지속적이고 확고한 형식들보다 그 이상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시대의 영적인 움직임의 어떤 요소, 시대의 정신을 얼굴에 드러내려고 한 것이다. 데시데리오의 소녀 흉상들은 바로 그런 특성을 지닌다. 그녀들은 미소짓는다. 그리고 그 미소는 상투적인 것이 아니라 행복한 순간을 반영한다. 대리석 조각상 속에서도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즐거운 입 모양에 눈 위에 치켜 올린 눈썹을 가진 이 젊은 피렌체 여자들을 누구나 안다.

<모나리자>의 얼굴을 스치는 것도 미소이다. 그것도 아주 살포시 지은 미소이다. 입술 가장자리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살짝 위로 올라갔다. 그것은 물 위를 스치는 바람결처럼 이 얼굴의 부드러운 표면 위를 스쳐 지나가는 움직임이다. 빛과 그림자가 벌이는 유희와 귀를 기울여도 잘 들리지 않는 속삭이는 대화다. "그녀는 달콤한 미소로 빛났다."고 폴리치아노 (Angelo Poliziano, 1454~1494, 이탈리아의 시인, 인문주의자. 피렌체의 로렌초 일 마니피코의 절친한 친구였으며 플라톤 아카데미의 일원 : 옮긴이)는 말했다. 나는 이런 개념과 표현이 16세기에 생겨난 것인지 의심스럽다. 미소는 16세기에는 유행하지 않았다. 아니면 세바스티아노의 <도로테아> (라파엘로 장, 로마의 초상화 편, 206쪽에 들어 있는 그림 참조)가 보여주는 것처럼 아주 약화되었다.
좁다란 눈꺼풀 사이로 갈색 눈이 드러나 있다. 그것은 광채를 드러내는 15세기 식의 눈길이 아니라 흐려진 눈길이다. 아래쪽 눈꺼풀은 거의 수평을 이루는데, 같은 모티브의, 수영하는 사람의 축축하게 젖은 고딕식 눈 모양을 연상시킨다. 눈 아랫부분은 대단한 감수성과 피부 밑에 섬세한 신경이 숨어 있음을 말해준다.
눈썹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눈두덩의 부풀어오른 부분은 아무런 표지 없이 높은 앞이마로 넘어간다. 이것은 개인적인 특성일까? 아니다.

모나리자


<궁정인》에서 당시 여자들 사이에서 눈썹을 밀어버리는 것이 유행이었다는 구절을 읽을 수 있다. 당시에는 넓은 이마가 아름답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마 윗부분의 머리도 밀려 있다. 그리고 같은 이유 때문에 미노(Mino)와 데시데리오의 소녀 흉상에도 커다란 이마가 나타난다. 대리석에 섬세하게 재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지만, 당시 하얀 표면을 볼록하게 하거나 살짝 들어가게 만드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였다. 눈썹을 통한 자연스러운 분할을 없애고 위쪽 영역을 확대시켰다. <모나리자>의 취향은 철저히 15세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바로 직후에 유행이 바뀌었다. 이마는 도로 내려오고, 강력하게 분할해주는 눈썹이 있는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여기게 되었다. 마드리드에 있는 <모나리자> 복제판에는 멋대로 눈썹이 덧그려져 있다.
눈과 같은 색깔인 밤색 머리는 머리 위에 덮어쓴 물결치는 베일과 더불어 살짝 곱슬거리며 양쪽 뺨으로 내려온다. 이 귀부인은 팔걸이가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있다. 그토록 부드러운 상태에서도 머리를 꼿꼿이 들고 있는 것이 놀랍다. 분명 그녀는 당시 유행하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체 높음을 보여주는 꼿꼿한 자세인 것이다. 기를란다요의 프레스코에 있는 토르나부오니 집안 귀부인들에게서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녀들은 누군가를 방문할 때 화살처럼 꼿꼿한 자세를 한다. 뒷날 이 부분에서도 판단기준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렇게 바뀐 자세 또한 초상화 자세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그밖에 이 그림은 움직임이 부족하지 않다. 레오나르도는 여기서 처음으로 신체를 과격하게 끊어버리는 흉상을 중단하고 반신상으로 넘어갔다. 약간 옆으로 앉은 모델의 상체를 절반쯤 틀게 만들어서 얼굴을 거의 정면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팔의 동작을 덧붙였다. 한쪽 팔은 안락의자 팔걸이에 놓이고 다른 팔은 저쪽 안쪽에서 밖으로 뻗어나오면서 약간 짧아졌다. 이 손은 첫번째 손 위에 포개져 있다. 레오나르도가 두 손을 그려넣은 것은 단순히 장식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 두 손의 이런 편안한 동작은 성격을 파악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많은 도움을 준다. 바르젤로(피렌체) 미술관에 있는 베로키오의 유명한 흉상이 제자인 레오나르도의 작품이 아니라 진짜로 베로키오의 작품이라면 베로키오는 이 점에서 그를 앞서 있다.
의상은 단순하다 못해 소박하다. 의상의 가슴선은 더욱 성숙한 16세기 화가에게는 너무 딱딱하게 보였을 것이다. 주름진 상의는 녹색이다. 그것은 뒷날 루이니(Luini)가 사용한 바로 그 녹색이다. 소매는 황갈색이다.
이전처럼 짧고 좁지 않으며, 손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지만 세로로 잔주름이 많이 잡히면서 약간 뒤로 밀렸다. 이 소매는 둥그스름하게 붙잡은 두손의 표면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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