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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아를의 침실 반고흐

love으뜸 2023. 1. 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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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를 잡는 방법부터 말을 하자면,우리들 관객은 바 로 방 한쪽 끝에 서서 창문 쪽을 보고 있는 위치에 있는데, 바로 여기서 고흐 자신의 방으 로 들어가기 때문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한눈으로 다 바라볼 수 있다. 만일 필요하다면 방 저쪽으로 걸어들어가서 그것들의 위치를 손으로 확인해볼 수까지 있을 법하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작품에 입각하여 방의 정확한 평면도와 가구의 배치도를 그리려고 하 다가는 어리둥절해지고 만다。화면은 보기보다는 그렇게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로 방의 크기가 분명하지 않다.

 

정면으로 보이는 안쪽 벽은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앞 부분에 비하여 이상하게 좁다. 원근법의 원리로 멀리 있기 때문에 좁혀져 있는 것은 틀림 없지만, 만일 그렇다면 이 방은 이상하게 깊고 길다란 방이다. 두 의자의 크기와 위치관계 로 미루어보더라도 깊이는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왼쪽 벽을 보면 수건이 걸려 있는 벽 은 의외로 좁고 바로 옆이 문이다.그리고 앞의 의자는 바로 그 문 앞에 놓여 있다. 
침대의 위치와 크기도 좀 모호하다

 

그것은 오른쪽 벽에 바싹 붙여놓았는데 두 의자와 의 위치관계로 보면 상당히 길게 보이고 오른쪽 벽과의 관계에서 말한다면 짧게 보인다. 정면 안쪽 벽과 침대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도 잘 알 수 없다. 오른쪽 벽과의 관계에서 보면 상당히 떨어진 것처럼 생각되지만 창밑 의자와의 관계를 보면 벽 바로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 의자 옆의 테이블만 해도 벽에 대하여 어떤 방향으로 놓여 있는지 아무 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마룻바닥도 과연 평탄한지 어떤지 이 화면에서 보는 한 매우 의심스럽다. 특히 앞부분은 들떠서 경사가 진 것처럼 보인다. 화면에서 잘려진 좌우의 문은 반쯤 열려 듯도 하고 닫혀 있는 듯도 하다.

 

특히 오른쪽 문과 벽은 같은 평면으로 이어지는지 문 있 는 데서 꺾여 있는지 이것 또한 모호하다.

 

 

곧 여기서는 하나하나는 뚜렷하게 그려져 있는 데도 그것들의 상호관계는 많은 점에서 모순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침대가 있는 실내의 정경이라고 하면 우리는 당장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판 아이 크의〈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을 생각해낼 것이다。 一五세기의 플랑드르에서 그려진 그 명 작에서도 침대는 바로 화면 오른쪽에 있고 우리는 정면 안쪽 벽을 향하여 방안의 모양을 한눈으로 훑어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하지만 거기서는 원근법의 적용이 거의 기하 학적 도형처럼 정확하고 물건과 물건의 관계는 어떤 의문도 허용하지 않는 명석한 논리를 따르고 있다。의자나 테이블이 과연 마루에 제대로 놓여 있는지 아니면 공중에 떠 있는지조 차 분명하지 않은 듯한 고흐의 침실과는 판이하다. 

 


널리 알려져 있는 대로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서는 정면 안쪽 벽에 자그마한 볼록 거울이 걸려 있어서 방안의 모양은 다 미니어처의 세계처럼 그 거울 속에 비치고 있었다。 고흐의 침실에서도 안쪽 벽에 조잡한 거울이 하나 걸려 있는데、방안이라면 당연히 무엇인 가가 거기에 비치고 있어야 할 터인데도 거울은 하얗게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화면의 다른 부분이 모두 강하고 평탄한 색면으로 덮여 있는 만큼 하얀 이 거울은 흡사 망령을 대하듯 으스스한 인상까지 준다.또 판 아이크의 작품에서는 왼쪽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방안의 것은 모두 미묘한 명암의 차이를 나타내고 그것이 하나하나의 대상에 견고한 실재감을 주고 있지만, 고흐의 실내에서는 정면의 창문이 빠끔하게 열려 있 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그림자라는 것이 전혀 없다.그 결과 비스듬히 되어 있을 좌우의 벽과 문까지도 어떻게 보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만약 침대머리에 보이 는 오른쪽 벽과 정면의 벽 경계선을 무엇으로 가려놓고 본다면 오른쪽 벽은 거의 벽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같은 특징을 살펴보고 나서 다시 한번 이 화면 전체를 잘 바라보면 아무런 특징도 없 는 방을 아무런 특징도 없는 수법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당초의 인상은 사라지고 우리는 ‘방 전체가 마치 한낮의 꿈인 양 괴괴한 분위기에 차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도대체 고흐는 왜 이같은 기묘한 작품을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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